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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학

무엇이 우리를 계속 탐험하게 하는가: 시민 과학자의 '발견의 희열

1. 호기심, 그리고 '유레카'의 순간: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인간의 원초적 끌림

인간은 본능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정보 격차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가 아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에 틈이 생길 때, 우리의 뇌는 그 틈을 메우고 싶은 불편함과 지적 갈증을 느끼며, 마침내 그 틈이 메워졌을 때 도파민 분비와 함께 큰 쾌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시민 과학 활동은 바로 이 정보 격차를 끊임없이 만들고, 또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가장 흥미로운 놀이의 장입니다. 내 눈앞의 이름 모를 꽃을 마주하는 순간 “이건 대체 뭘까?”라는 지적 공백이 생겨나고, 네이처링 앱과 다른 참여자들의 도움을 통해 마침내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을 찾아냈을 때, 우리는 “아하!” 하는 작은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발견의 희열은, 그것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거창한 발견이 아니더라도, 우리 뇌에 강력하고 긍정적인 보상을 제공하며 다음 탐험을 향한 원초적인 동력이 됩니다. 특히,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와 달리, 시민 과학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합니다. 주니버스에서 다음 클릭에 어떤 모양의 은하가 나타날지, 오늘 산책에서 어떤 새로운 새를 마주칠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처럼 ‘진짜 미지와의 조우’가 주는 예측 불가능한 설렘과, 그것을 내 손으로 해결했을 때의 짜릿한 성취감이야말로, 우리를 끊임없이 탐험의 세계로 이끄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힘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계속 탐험하게 하는가: 시민 과학자의 '발견의 희열

2. 초보자에서 전문가로, '유능감'의 즐거움: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며 성장하는 나

시민 과학이 주는 또 다른 깊은 즐거움은 바로 ‘성장’과 ‘숙달’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이 향상되고 있음을 느끼고, 주어진 과업을 잘 해내고 싶어 하는 ‘유능감(Competence)’의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민 과학은 이 유능감의 욕구를 가장 확실하게 충족시켜주는 활동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새가 그저 ‘참새’처럼 보이고, 모든 들꽃이 비슷해 보였던 초보자는, 꾸준한 관찰과 기록을 통해 점차 그 미묘한 차이를 구별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처음으로 ‘딱새’의 암수를 구별해냈을 때, 혹은 오랫동안 헷갈렸던 ‘제비꽃’과 ‘남산제비꽃’의 차이를 마침내 이해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은, 자신의 지식과 기술이 성장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더 나아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른 초보자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을 달아주거나, 내가 올린 관찰 기록이 전문가로부터 ‘훌륭한 동정’이라는 인정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스스로가 해당 분야의 ‘준전문가’로 성장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됩니다. 이는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워 다른 세상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 자연과 우주라는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여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세상의 또 다른 층위를 읽어내는 ‘지적 리터러시(Literacy)’를 습득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느끼는 유능감의 즐거움은 우리를 더욱 깊은 탐구의 세계로 이끕니다.

3.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소속감: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관계성'의 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자신의 열정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를 가집니다. 시민 과학의 즐거움이 결코 고독하지 않은 이유는, 그 안에 ‘관계성(Relatedness)’이라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발견한 희귀종의 사진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여줬을 때 그들은 잠시 신기해할 뿐이지만, 시민 과학 커뮤니티에 그 사진을 올리면 수많은 ‘동료’들이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주며 그 가치를 알아봐 줍니다. 이처럼 나의 관심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은 강력한 정서적 안정감과 유대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동정이 어려운 관찰 기록을 두고 온라인 포럼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지식을 더해 마침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적 탐험’의 즐거움을 느끼게 합니다. 어제는 내가 올린 질문에 답변을 달아주었던 전문가가, 오늘은 내가 발견한 희귀종의 위치 정보를 통해 중요한 연구 단서를 얻어가는 상호적인 관계가 형성됩니다. 서울의 아파트에서 밤하늘을 관측하는 나와, 영국의 대학교에서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자,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나의 발견에 대해 질문하는 또 다른 시민 과학자가 ‘인류 지식의 확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 아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지리적,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는 숭고한 소속감을 안겨줍니다.

4. 나의 관찰이 인류의 유산으로: '의미'와 '기여'를 통해 발견하는 삶의 목적

우리를 계속 탐험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이고 높은 차원의 동력은 바로 ‘의미(Meaning)’와 ‘기여(Contribution)’에 대한 갈망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존재가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아니라, 세상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기를 바랍니다. 시민 과학 활동은 이러한 삶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발견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통로입니다. 내가 기록한 우리 동네 벚꽃의 개화 시기 데이터 하나는, 100년 뒤 미래의 과학자들이 21세기 초반의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데 사용하는 영구적인 ‘과학적 유산’이 됩니다. 내가 오늘 분류한 은하의 형태 정보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거대한 그림의 한 조각으로 영원히 남게 됩니다. 이처럼 나의 작은 행동이 인류의 지식이라는 거대한 강물에 한 방울의 물을 보태고, 내가 없어진 후에도 그 데이터는 계속해서 세상을 위해 쓰일 것이라는 생각은, 우리에게 삶의 유한함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합니다. 특히,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언제, 어떻게 기여할지를 온전히 ‘나의 의지’로 결정하는 자율적인 활동이라는 점은 중요합니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류의 공동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삶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자원이 됩니다. 결국, 처음의 단순한 ‘호기심’은 ‘유능감’의 즐거움을 통해 성장하고, ‘관계성’의 따뜻함 속에서 지속되며, 마침내 ‘의미’와 ‘기여’라는 숭고한 가치를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세상을 탐험하는 이유입니다.